4·3특별법 개정 촉구 결의문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4·3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4.3 당시 행해졌던 불법적인 군사재판이 70년만에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재판기록도, 판결문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 잡아달라는 시대적 요구에 사법부가 응답을 한 것이다.
이번 재심 결정은 4·3 수형인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사법부의 첫 결정이자 70년만의 그 실체적 진실을 재판을 통해 바로 세우는 데 의미가 있다.
생존 수형인들은 이제야 비로소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찢기고 망가진 한맺힌 세월의 억울함을 70년만에 풀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이 것으로 모두 끝난 게 아니다. 4·3 당시 육지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진정한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불법 군사재판의 무효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행방불명된 희생자에 대한 추가 진상조사를 통해 정부 차원의 공식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사법부가 시대적 요구에 응답했듯이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그 시작은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일체 무효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4·3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오영훈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4·3희생자와 유족은 물론 제주도민의 오랜 숙원을 담고 있다. 군사재판 무효화를 비롯해 4·3희생자 배·보상 문제, 4·3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법적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국회에서 단 한 차례의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줘야할 국회가 그 책무를 방기하고 정쟁만 일삼는 모습에 우리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은 언제까지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면서 4·3희생자와 유족들의 절절한 요구를 외면한 셈인가? 이구동성으로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약속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4·3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단순히 법 하나를 뜯어 고치는 것이 아니다.
4·3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길이자 4·3의 완전하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대적 과제이다.
또한 아픈 상처로 얼룩진 4·3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올곧게 세우는 분수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 4·3특별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고령의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에 우리는 4·3유족과 제주도민, 그리고 4·3을 기억하고자 하는 국민의 절절한 마음을 모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국회는 4·3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의하고 처리하라!
하나, 문재인 정부는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하라!
하나, 정부와 국회는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라!
2018년 9월 13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일동